지난 12일 개봉한 영화 ‘옥보단 3D’는 홍보문구처럼 ‘과감함에 흥분할’ 영화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과감함이 너무 과했다는데 있다.
실제로 지난 9일 열린 기자시사회에서 영화 상영 도중 기자들이 한 두 명씩 슬금슬금 극장 밖으로 ‘탈출’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사실 ‘옥보단’이 어떤 영화인지는 영화기자가 아닌 일반인이라도 누구나 알 터. 때문에 ‘옥보단’을 3D로 제작했다는 소문에 남녀 가리지 않고 객석을 가득 메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과감하기는 한데, ‘에로’가 아닌 ‘포르노’ 영화였다.
가슴 노출 정도야 ‘미인도’를 비롯해 한국영화에서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지만, 2시간 내내 전라의 배우들이 성교 장면만 보여주는데다, 모자이크 처리를 한다고 했지만 가끔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채 여배우의 ‘음모(陰毛)’까지 노출돼 “예술을 위해 벗었다”고 말할 수 없는 영화임에 분명했다.
행여 ‘옥보단’을 연인끼리 볼까 싶기도 하지만, 만약에 얼마 지나지 않은 연인이 이 영화를 함께 보면 아마도 여자친구가 심하게 화를 내거나 혹은 극장에서 나온 후 두 사람이 서로 말이 없어질 정도의 농도다.
한국에서 성인영화로는 처음으로 ‘나탈리’가 3D로 제작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지만, 결국 ‘패배의 잔’을 마셨듯이 이번 ‘옥보단 3D’도 극장에서 보다는 ‘극장 개봉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채 ‘야동’ 대신 집에서 ‘은밀히’ 볼만한 영화다.
이경헌 기자